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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아름다운 식물원, “천리포 수목원”

2012/08/25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큰아버지 회갑을 맞아 따로 잔치를 벌이는 게 아니라 온 가족들이 다 모이는 그런 가족모임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

충청남도 태안군까지 가야 하기에 칼퇴근을 감행하고 출발했다.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고, 애들 출발하는 거 준비하고 하다보니 제법 지체되었지만, 아무튼 출발!!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는데, 엄마가 서해안 고속도로에서는 꼭 들러야 하는 휴게소가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휴게소인가.. 하고 차를 잠시 세웠다.
휴게소 이름은 오션 파크 리조트. 또다른 이름은 행당도 휴게소였다.

차에서 내려서 나는 뭔가 대단한 걸 기대했다.
이름 자체가 “오션파크 리조트”니까 뭔가 놀이기구 같은 걸 기대했었나보다.
그런데 이게 왠걸?? 아무것도 없다. 그냥 일반적인 휴게소.

글쎄.. 다른 휴게소들과 좀 다르다면 2층 구조로 되어 있고, 2층에는 등산용품 등을 파는 매장이 있다는거?
그런데 요즘 휴게소들 대부분 이런 아웃렛 매장을 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다지 특이하지도 않았다.

오션 파크 리조트의 전경.
말만 리조트지 색다를 건 없는 휴게소다.

서울에 올라오고 난 후 부모님과 함께 한 거의 첫번째 여행인 것 같다.
서울에 온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많이 적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래서 그런지 무거운 로코를 안고도 저렇게 즐거워 하신다.

더운 여름날씨에 결국에는 시원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오션파크리조트 휴게소에는 망고식스가 입점해 있다.
덕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맛있는 망고쥬스를 한잔 마실 수 있었다.

밖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망고식스에는 은근히 사람이 없다.
워낙에 한쪽 구석에 몰려있다보니까 사람들이 망고식스가 있는줄도 모르나보다.

망고식스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망고쥬스를 한잔씩 하고 나왔더니 바로 옆에 서해대교가 펼쳐져 있다.
서해대교는 옛날에 안개로 인해서 엄청난 추돌사고로 유명한 다리.
서해대교를 건너다 보면 평택항이 내려다 보인다.
울산함을 타고 평택항에 들어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월은 정말 빠른 것만 같다.

천사 우리 엄마.
호주도 같이 옆에서 천사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는데, 도망가 버린다.
벌서부터 사춘기가 시작된건가?

가족모임은 오후5시부터 시작된다고 하여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고 모임 장소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천리포 수목원.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천리포 해수욕장에서 음식점을 찾아보니 모두 횟집밖에 없다.
다행히 슈퍼 바로 옆에 간단히 국수를 파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상호가 뭔지 기억이 안나지만 천리포 해수욕장 제일 가운데 있는 슈퍼와 함께 있는 식당.
이 식당에서 파는 비빔국수는 정말 맛있다. 가격은 6천원.

칼국수도 마찬가지로 가격은 6천원이다.
하지만 맛은 그냥 그렇다. 같은 돈이면 차라리 비빔국수를 추천. (상호도 모르면서 추천까지 하고 있다. ㅋㅋ)
칼국수는 아무래도 용유도 이모님 댁 칼국수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국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천리포 수목원으로 향했다.
천리포 수목원은 만리포 해수욕장과 천리포 해수욕장 사이에 있다.(천리포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다고 봐도 괜찮다.)

가격은 하절기와 동절기로 나뉘는데, 하절기에는 평일/공휴일 가격이 또 다르다.
하절기 주말 기준 성인은 8천원, 어린이는 3천원이다.
서울대공원도 이렇게 비싸지는 않은데 과연 안에 어떻게 꾸며놨길래 이렇게 비쌀까.. 궁금해 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천리포수목원 안내도 오른쪽 아래에 보면 ‘낭새섬 모세의 기적’ 이라고 써 있는 게 보인다.
천리포 수목원 바로 옆에 보면 작은 섬이 하나 있는데 그 섬이 바로 낭새섬이다.
10시 30분 전후로 1시간 사이에만 낭새섬을 갈 수 있다. (물론 날짜에 따라서 시간은 조금씩 달라진다.)

천리포 수목원 입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라고 써 있다.

그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 아니라 국제 수목학회가 인정한 ‘세게의 아름다운 수목원’ 중 하나.
세계에서는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바라본 연못의 모습.
연못에는 연꽃들이 활짝 피어있다.

지금이 연꽃들이 만개하는 시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꽃들이 더 많이 피어 있으면 정말 이쁠 것 같다.

“뱀 주의” 표지판.
진짜 뱀이 한번씩 나타나니까 이런 표지판을 만들어놨겠지?
수목원에서는 ‘뱀’을 조심해야 한다. ㅎㅎ

연못을 배경으로 한장씩~
밤새 근무를 마치자마자 쉬지도 않고 떠났더니  눈이 좀 피곤해 보인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좋아좋아~ ^^

수국들.
이 사진 한장에 담겨 있는 수국의 종류만 무려 6가지다.
조금씩 다르면서 비슷한 모양의 수국들. 꽃은 많이 피어 있지 않았지만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닛사’라는 나무.
이 나무는 가지가 아래로 향하는 좀 특이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물을 사랑한 친절한 꼬마요정’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국은 6월에서 8월까지가 제일 아름답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6월 수국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다.
여름의 꽃, 수국.

작은 연못 한가운데 나무가 한 그루 덩그러니 서 있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연못 한가운데 이렇게 나무가 자란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방아깨비.
제법 크기가 큰 걸로 봐서는 암컷인 것 같다.

천리포 수목원은 40년동안 연구 목적으로 운영되다가 지난 2009년에 일반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된 곳이라 자연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울릉도에 사는 ‘섬기린초’도 이곳 충남 서산에 옮겨와 심어져 있다.
사실 울릉도가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의 다양한 종류의 수목들을 천리포 수목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긴잎홍가시.
장미과에 속하며 중국 서부가 원산지(?)라고 한다.

이건.. 뽕나무였나? ^^

이건 겨울정원에서 볼 수 있는 ‘팜파스 그라스’라는 식물이다.
우리나라 억새 같은  느낌이 드는데 벼과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뭔가 빵빵한 느낌의 소나무.
이름은 독일가문비 ‘무크로나타’라고 한다. 소나무과.
한 그루의 나무가 어쩜 이렇게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생겼을까? ^^

이 나무는 이름이 정말 재미있는 나무다.
그 이름은 바로 큰잎꽝꽝나무(하이 크라운).

호주도 이 이름을 보더니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아이들은 정말 별거 아닌 것들에 즐거워한다.

한여름에도 천리포 수목원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잠시 쉬어가는 테라스에서 마냥 즐거운 우리 가족들.
집에만 있으면 뭔가 답답하다.
이렇게 밖에 나와 좋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것들을 보며, 무엇보다도 함께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 같다.

민병갈 수목원장에 대한 소개.
사실 이 천리포 수목원을 만든 분은 한국인이 아니다.
미군 장교인 Carl Ferris Miller라는 분이 한국으로 귀화, 충남 태안에 사재로 부지를 마련해 40년 동안 가꿔온 곳이다.
식물 전문가도 아닌데, 결혼도 안하고 이곳 천리포 수목원을 가꾸기 위해 일생을 바치셨다고 한다.
정말 식물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분.

천리포수목원에는 이렇게 곳곳에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이용할 수 있는데, 가격이 일반 팬션보다는 비싼편이다.
4명 기준으로 비수기 요금이 주중에는 12만원, 주말이나 휴일에는 15만원이다. (다른 팬션도 이정도 하나?)
그리고 목련집이라는 한옥집은 15명이 들어갈 수 있는데, 성수기/비수기 구분 없이 1박 이용료가 무려 70만원이나 한다.
그런데 정말 이곳에서 숙박하면  ‘쉼’이라는 목적 하나만큼은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 아래에 나오는 나무들이 모두 ‘호랑가시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는 보통 연말연시에 성탄장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호랑가시나무의 종류만해도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배롱나무집 게스트하우스.
다른 게스트하우스에는 사람들이 안보였는데, 유독 이곳에는 사람들이 와서 쉬고 있었다.

부부인 것 같았는데, 남편은 신문을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고 부인은 기타를 치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곳이 집이면 더욱 좋겠지만, 한번씩 이런곳에서 1주일씩 머물며 휴식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열려 있는 뒷문.
이곳으로 나가면 바로 천리포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 이용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뒷문을 열어 놓은 것 같다.

천리포 해수욕장의 모습.
이제 휴가철이 거의 다 끝나서일까? 해수욕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마 이곳도 7월말~8월 초에는 정말 사람들로 붐볐겠지?

위성류라는 이름을 가진 게스트하우스.
이곳은 목조건물도, 한옥도 아니고 그냥 일반 팬션처럼 지어진 곳이다.
뒷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해수욕장에 놀러온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정말 좋을 것 같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2층에서는 해수욕장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 보일 것 같았다.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숲속에서 1주일 정도 쉬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계속 쉬는 사람들은 ‘쉼’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모를 것이다.
내 삶 속에 ‘일’과 ‘쉼’의 조화를 꿈궈본다.

민병갈 기념관에 붙어 있는 다양한 인증패들.

민병갈 기념관의 1층에는 커피숍과 작은 식물원, 그리고 허브샵이 있다.
아마도 입장료 수입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의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일반 식물원에서 팔지 않는.. 천리포 수목원에 자생하는 모종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등대수라고도 불리우는 층층나무.
신기하게도 나무의 잎, 가지가 계단모양으로 자라고, 나뭇가지들은 골고루 수평을 이룬다.

저 멀리 보이는 지정이와 호주.
천리포 수목원은 봄이나 가을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호주가 저 멀리서 나를 보고 뛰어오다가 넘어졌다.
좋은 나무 데크 길을 놔두고 왜 흙으로 뛰어들었을까?
아빠를 보니까 그렇게나 반가웠을까? ^^

 


민병갈 기념관 표지판을 사진기에 담아봤다.
따로 포토샵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역시 로우파일(RAW)로 사진을 찍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팥꽃나무과의 ‘비단서향’이라는 나무.
이거 느낌이 꼭 빗자루같다. ㅎㅎ

이쁜 연꽃들.
연꽃이 아주 많이 핀 건 아니었지만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지정이는 이렇게 가까운데서 연꽃을 본 건 처음이라며 신기해한다.

오리가족들.
오리들이 뛰어들고 있는 곳에서는 벼가 자라고 있는데, 아마 오리가 해충들을 다 잡아먹나보다.
예전에 TV에서 본 그 무공해 농법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듯 하다.

민병갈 원장님은 개구리를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나중에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개구리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사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 그 누가 좋지 않다고 할까?
비오는 날 조용히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이곳에서 차한잔 마시면 정말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식물들.
매화마름은 미나리과의 식물이고, 가시연꽃은 수련과의 식물이라고 한다.
천리포수목원은 2006년 9월부터 야생식물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날씨가 조금은 서늘하고, 아름다운 꽃이 펴 있을 봄에 다시한번 와 보고 싶은 천리포수목원.
4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곳을 일구기 위해 노력했을 민병갈님이 정말 다시한번 대단하게 느껴진다.
1만3천여종이 넘는 식물들 중에서 내가 아는 이름들은 정말 10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던 게 부끄럽기만 하다.
(아마도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계신 우리 아부지는 더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

약 2시간 정도의 짧은(?) 관람을 마치고 이제는 원래의 목적지인 스페이스 캐슬 팬션으로 향했다.

팬션에서는 놀고, 먹느라고 사진이 이거밖에 없다.
요새 사진찍는 걸  무지무지 싫어하는 호주의 표정이 압권이다.
귀엽둥이 로코는 ‘언니 왜 그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고.. ^^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한 가족여행,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번에도 이렇게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천리포 수목원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1길 187
전화번호 : 041-672-9982
홈페이지 : www.chollip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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