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갑작스럽게 떠난 캠핑힐즈에서의 하룻밤

2012/08/28

지난 주말에는 조금 갑작스러운 캠핑을 떠나게 되었다.
원래는 전날부터 호주랑 단둘이 갈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단둘이는 안되고 갈꺼면 로코까지 데리고 가라는 말에 캠핑계획을 살짝 접어두었었는데, 호주가 꼭 캠핑을 가고 싶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준비해서 떠나게 된 것이다.

평상시 같았으면 전날부터 짐을 챙기고, 짐을 옮기고 싣는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이번 캠핑은 준비부터 짐을 싣는 것 까지 1시간 안에 다 끝냈다. 아이들 옷가지는 물론, 심지어 로코 분유까지 말이다.

우리는 주일 오전예배를 마치고 부모님과 점심식사까지 끝내고 나서야 출발했다.
지정이의 요구사항인 로코까지 데리고 말이다. ㅡㅡ;;
사실 나 혼자 로코를 데리고 캠핑을 떠난다는 게 조금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봤지만 일단 출발.

오늘의 캠핑장은 호주의 수영과 나의 불장난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으로 정해야 했다.
사실 제일 처음에 물망에 오른 곳은 양평 솔뜰캠핑장.
후기도 많고 블로그에 사람들 평을 보면 대부분 “5점 만점에 5점”, “A+” 등 호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양평 솔뜰캠핑장은 금,토,일 3일간만 운영한다고 한다.
즉 금요일, 토요일 합쳐서 2박까지만 가능한 캠핑장인 것이다. ㅠㅠ

결국에는 급 서핑 끝에 찾아낸 캠핑힐즈라는 캠핑장.
서울에서 가깝고 수영장까지 있는 캠핑장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찾다보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캠핑힐즈는 시청역에서 한시간만에 도착했으니 정말 서울에서 가깝다.
가까우면서도, 도심과는 멀리 떨어져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그런 캠핑장이다.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바로 수영장.
캠핑힐즈 입구에 보면 수영장이 하나 있다.
요즘은 수영장이 있는 캠핑장은 대부분 이런식으로 캔버스(?)로 되어 있는 수영장이 설치되어 있다.
깊이는 어른 허벅지 정도 올 정도밖에 되지 않고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그런 시스템.
아무튼 텐트를 후다닥 설치하고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개수대.
모든 개수대, 샤워실에는 온수가 잘 나온다.

이 시설들은 수영장을 이용할 때도 사용하지만 2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용한다.
수영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이트를 구축하려면 2캠핑장을 선택하면 된다.

한 시간 넘게 물놀이를 하고 놀았을까?
로코 입술이 조금씩 떨려온다.
좀 움직여야 하는데, 내가 안고 물놀이를 하니까 금방 체온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녀석 언제쯤 혼자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호주는 마침 한,두살 적은 동생들이 있어서 그 아이들과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멋지게 수영하는 것보다 그저 물을 첨벙거리면서 노는 게 좋은가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아이들은 만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친해진다.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어둠이 금방 찾아왔다.
물놀이를 하고 씻고 나오니 벌써 저녁시간.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나는 불놀이를 시작했다.

사실 호주는 수영을 하고 싶어서 캠핑을 하러 가자고 했지만 나는 불놀이가 하고 싶어서 캠핑을 떠났다.
인터넷 까페에서 새로산 화로대로 하루라도 빨리 불놀이를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 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 구입한 제품은 ‘조아조아’의 미니화로대인데, 막상 펼쳐보면 그렇게 작지도 않다.
50만원이 넘는 스노우피크 화로대를 써 봤지만 5만원도 되지 않는 이 화로대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로대는 열이 심하게 가해지는 제품이기 때문에 변형이 쉽게 온다는 말에 이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다른 제품들은 대부분 0.5T밖에 되지 않는데 조아조아의 미니화로대는 1T짜리 두꺼운 스텐을 사용한다고 한다.
두껍다고 해서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 불놀이하는 데는 정말 가격대비 좋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장작은 매점에서 만원 주고 사왔는데 마침 다른사람들이 남겨놓고 간 장작들도 있어서 불놀이는 실컷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모닥불을 피워놓고 지정이랑 같이 단둘이 맥주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해야 하는데…
결국에는 아이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놀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 준 셈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난 개구리.
이런 개구리를 참개구리라고 했던가? 정말 듬직하게 잘 생겼다.
두꺼비는 보면 좀 무서운 맛이 있는데 이녀석은 듬직하면서도 귀여운 맛이 있다. ㅎㅎ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업무를 마무리했다.
사무실에서는 잘 되지 않는 일들도 캠핑장에서는 금방 해결된다.
캠핑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

제1캠핑장 주위에는 밤나무들이 제법 많이 있다.
홍천에 있는 밤벌 오토캠핑장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이 있는 편이다.
가을에 가면 잘 익은 밤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어제 하룻밤을 묵었던 제1캠핑장.
제1캠핑장이 좋은 이유는 계곡속에 있어서 그늘이 지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1캠핑장은 가족단위 캠퍼들을 위해 11시 이후에는 절대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

캠핑힐즈에는 수영장 말고도 작은 시냇가가 있다.
근데 말 그대로 정말 작은 시냇가라서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어른들이 잠깐 발 담그고 커피 한 잔 할 정도의 공간?
아무튼 지난 주 비가 제법 왔는데도 이정도 물이 흐르면 평소에는 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워낙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자고 있는 틈을 타서 캠핑장 구경에 나섰다.
이곳은 제3캠핑장.

1캠핑장부터 4캠핑장까지 있는 캠핑힐즈는 전반적으로 나무가 많이 없다.
한여름에 타프가 없으면 정말.. ㅠㅠ

여기는 이름은 모빌홈인데 그냥 작은 방갈로다.
사진 속에 보이는 저 바퀴는 그냥 폼으로 붙여 놓은거다. 정말 사장님의 돋보이는 센스. ^^

캠핑장을 둘러보다보니 수영장이 또 있다는 걸 발견했다.
캠핑장 입구에도 수영장이 하나 있고, 3캠핑장과 4캠핑장 사이에도 수영장이 또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이곳에는 유아용 미니 수영장이 추가로 마련되어 있어서 작은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것이 특징.

3,4캠핑장 사이에 있는 수영장은 원형으로 되어 있고 크기는 입구에 있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작다.
캠핑장 하나에 수영장이 두개라니… 손님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느낌이 들었다.

4캠핑장의 모습.
마지막 사진이 정말 압권이다. ㅎㅎ 4캠핑장 바로 위에는 묘지가 있다는 사실!!

4캠핑장이 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도 좋고 뭔가 탁 트였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맞지만,
이렇게 바로 뒤에 묘지가 있으니 밤에는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매점, 수영장과 가까운 2캠핑장 모습.
이곳은 단체로 캠핑을 오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확실히 전체적으로 1~4캠핑장 모두 나무가 없는 건 사실인데 그나마 1캠핑장이 지형상 그늘이 많이 지는 듯 하다.

캠핑힐즈 입구에서는 농산물 직판장도 열린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없었던 걸 보면 아무래도 손님이 많은 주말에만 열리나보다.
어떤 품목들을 파는 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에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야채같은 건 이 곳에서 바로 사면 될 것 같다.

길가에 핀 무궁화꽃

호주랑 같이 아침 반찬거리를 사러 매점으로 갔는데 매점이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월요일 이른 아침이고, 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없고 해서 매점을 안 열은 것 같았다.
동네에 슈퍼 하나정도는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걸어 나섰다.

동네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논에서 호주한테 물어봤다.

“호주야 너 저게 뭔지 알아?”

호주는 “벼”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벼는 물에 잠겨 있다”고 덧붙여 설명까지..
따로 농촌체험활동 같은 거 하지도 않았는데 깜짝놀라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유치원에서 가르쳐 줬다고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모내기도 하고, 좀 제대로 된 농촌체험활동을 시켜줘야 할 것 같다.
누가 가르쳐 줘서 알게 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체험만큼 소중한 지식은 없으니 말이다.

비닐하우스에 심겨진 고추 키가 호주만하다.
정말 무럭무럭 자라는 고추들.
보라색 가지도 있고.. 정말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캠핑장에서 조금 걸어나와 슈퍼를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슈퍼가 없다. ㅠㅠ
동네 아주머님께 여쭤보니 10분정도 걸어가면 슈퍼가 있다고 한다.
10분이라.. 잠시 고민을 하고는 계속 걸어가기로 결정.
유모차를 끌고 호주와 함께 시골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슈퍼로 가는 길에 카메라에 담은 풍경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좀 돌아가서 그런지 거의 30분만에 슈퍼에 도착했다.
원래는 아침거리를 사러 갔는데 그냥 텐트에 있는 걸로 대충 아침을 해결하기로 하고는 아이스크림만 하나씩 사서 다시 캠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침밥도 안주고 아이스크림 먹였다는 걸 알면 지정이가 또 난리를 치겠지만.. 날씨가 너무 덥고 캠핑장까지 돌아가는 데 뭔가 활력소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 ㅎㅎ

본의 아니게 한 시간 정도의 산책까지 마친 우리들.
캠핑장에 다시 돌아와서 호주는 아침부터 물놀이 한다고 뛰어가고 나는 철수를 서둘렀다.
캠핑장이 떠나갈 정도로 울어대는 로코를 달래가며 혼자 텐트를 철수.
그나마 간단모드로 떠난다고 해서 왔는데도 장비 자체가 간단모드가 아니니 쉽지가 않았다.

7살 호주, 그리고 10개월 된 로코와 셋이서만 떠난 이번 캠핑.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아이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두 아이의 엄마, 내 와이프, 지정이의 소중함은 말할 것도 없다. ^^;

PS. 캠핑힐즈 오토캠핑장 한줄평.
캠핑힐즈는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매점 물건 가격도 싸고, 서울에서 가깝고, 시설들이 깨끗하게 관리되어서 참 좋다. 하지만 모기도 아닌 파리가 너무 많아서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게 큰 흠인 것 같다. 방역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분명 더 많은 캠퍼들이 찾게 되는 그런 캠핑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캠핑힐즈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 638-1 캠핑힐즈
전화번호 : 010-3651-0566
홈페이지 : www.campinghills.co.kr
카페 :  cafe.naver.com/campingh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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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Reply mixsh 2012/08/29 at 6:04 PM

    *안녕하세요 믹시(MIXSH) 담당자입니다.

    가족, 동호회, 연인, 친구들가 함께 했던 즐거운 캠핑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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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ixsh.com/reviewer/travel_list.html

    • Reply 차도리 2012/08/30 at 12:03 AM

      안녕하세요 차도리입니다.
      믹시에서 직접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구요, 응모 완료했습니다. ^^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
      그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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