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Travel

남자 세명이서 무작정 떠난 화악산 오지캠핑

2012/08/08

8월 4일.
지정이가 친정에 가기로 계획되어 있어 나홀로 지내야 하는 주말.
마침 캠핑을 사랑하는 이 대리님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하셔 오지캠핑을 떠나기로 약속했다.

약 2주 전부터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출발 이틀 전에야 대충 어디쪽으로 가자고 의견이 좁혀졌다.

사실 오지캠핑은 어디로 갈 지가 가장 큰 골치거리이다.
일반적인 오토캠핑은 캠핑장 예약만 하고 캠핑 가서 텐트치고 쉬다 오면 되지만 오지캠핑은 오지를 찾는 것 자체가 일.

사무실에서 틈이 날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지도를 보고, 위성사진을 보고 캠핑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오지캠핑 장소들은 하나같이 장소를 공개를 안한다. ㅠㅠ
결국에는 마을도 많이 없고 한적해 보이는 화악산에서 캠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8월 4일 자정.
휴가철이라서 새벽에 출발해도 차가 막힐 것 같아 아예 밤에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장은 24시간 운영하는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잔뜩 봐 주시고~
남자 3명이서 캠핑을 가는데 SUV트렁크를 가득채운 것도 모자라 뒷좌석 한 자리까지 제대로 차지했다.

화악산 자락에 도착하니 새벽 2시.
위성사진을 통해 포인트를 잡아 둔 곳이 약 3군데 정도 있었는데, 첫번째와 두 번째 포인트는 모두 실패했다.

첫번째 포인트는 계곡도 좋고 다 좋은데 너무 좁아서 실패(차를 주차할 공간도 없고 텐트칠 공간도 없었다),
두번째 포인트는 차가 못 올라가서 실패(어찌나 경사가 가파른지 사람이 걸어올라가기도 힘들 정도),
결국  세 번째 포인트에 가서야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위성사진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실제 그 장소를 찾아가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하늘에서 보는 모습과 직접 가서 눈으로 보는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그나마 밝은 달 덕분에 텐트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우리들은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침낭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침 9시가 되니 강렬한 햇빛이 우리를 깨운다.
점점 달궈지는 텐트, 요즘 워낙 폭염이 지속되다보니 산속인데도 불구하고 더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숲 속에 정말 대충 쳐 놓은 우리 텐트.
우리들.. 새벽에 도착해서 정말 피곤했었나보다.  그냥 대충 쳐 놓고 잠 자기 바빴으니.. ㅎ

날도 밝았겠다, 본격적으로 타프를 설치했다.
정식 캠핑장이 아니라 바닥도 고르지 않고 타프를 치기에는 많이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가능한 공간을 최대한 살려 타프 설치 완료!

우리가 선택한 사이트의 바로 옆에는 작은 계곡이 흐른다.
계곡물이 어찌나 시원한지 가져온 과일, 음료수, 맥주를  보관하는 냉장고로 사용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우리들의 첫번째 식사는 라면.
요새 트렌드가 캠핑가서 맛있는 음식 해 먹는건데, 아직도 나는 라면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래도 조금 포인트를 줘서 삼양라면에 대파까지 썰어 넣고 라면을 끓였다.
집에서 먹는 라면과는 한차원 다른 맛의 삼양라면. ^^

우리 사이트 바로 옆에 있는 계곡 위쪽으로는 작은 폭포도 있었다.
폭포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예술이어서 의자에 몸을 기대어 쉬며 듣는 그 폭포 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폭포에서 잠깐 사진찍는 데 몸이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계곡 쪽에서 바라본 우리 사이트 모습.
정말 좁은 공간에 타프를 겨우 끼워 넣었다. ㅎ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을 준 폭포소리.
3~4미터 정도 되는 작은 폭포에 흘러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는 더운 여름, 보기만해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타프 스트링에 앉은 잠자리.

밤새 달려온 피로감 때문일까?
폭포소리를 자장가 삼아 신나게 낮잠을 잤다.
내가 낮잠을 자는 동안 두 대리님은 얘기도 하고 책도 보시며 시간을 보내셨다.
자고 일어나서는 바로 저녁준비 시작~~

이대리님의 코베아 가스랜턴.
코베아 가스랜턴은 유리가 잘 깨진다고 한다. 유리 관리만 잘 하면 가격대비 성능은 제법 괜찮은 편.
밝기가 아주 밝은 편은 아니지만 두 개 정도 있으면 사이트 하나 밝히는 데는 문제 없을 것 같다.
하나로는 광량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

짜잔~ 우리들의 저녁만찬.
김 대리님의 김치찌개와 함께 고기반찬을 먹으며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오토캠핑장에서는 항상 전기밥솥을 가지고 다니며 밥을 해 먹는데, 오지캠핑이라 밥은 햇반으로 대체했다.
밥이 어찌나 꿀맛인지 햇반 하나로는 모자라서 1인당 햇반 두 개씩을 가볍게 해치웠다.

맛있는 저녁에 후식으로 수박까지~~
수박 한 통은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반 통만 사 왔는데, 반 통도 많았다.
오지캠핑인데도 먹을 건 오히려 더 잘 먹는 것 같다. ㅋㅋ

이대리님이 그린 하트.
원래 노출을 좀 더 줘서 하트 그리는 이대리님 모습까지 담아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하트만 나왔다. ㅎㅎ

남자 셋이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새 자정이 다 되어버렸다.
소시지를 꼬챙이에 꼽아 모닥불에 구워 먹으며 맥주 한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답답했던 이야기, 서로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영국과의 올림픽 축구 8강전을 보자고 다 같이 약속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아침 8시가 넘어 있었다. 알람을 아무도 안 맞춰 놓았으니 새벽에 일어날 리 만무했다.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 결과를 보니 한국과 영국과의 승부에서 한국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와우. 정말 기대도 안했는데, 희소식이었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럴까? 승리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밤새 잠도 안자고 TV보며 응원했던 사람들은 마지막 승부차기 순간까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을 것 같다.

즐거운 소식과 함께 아침을 챙겨먹고 장비들을 정리해서 귀경길에 올랐다.
시원한 폭포소리와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즐거웠던 1박2일 오지캠핑의 추억.
그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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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 Reply 별밤 2012/08/14 at 1:43 AM

    오지캠핑을 서핑하다가 우연하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오지캠핑은 아직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장소를 물색해야하는지 노하우를 조금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위성사진을 봐도 도무지 감이 안잡혀서요.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하는지 감이 안서네요.
    물론 오지캠핑은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야 하는게 우선하겠지만 처음시작을 하기엔 선배님들의 조언이 무척이나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 Reply 차도리 2012/08/15 at 12:10 AM

      안녕하세요, 차도리입니다.

      사실 오지캠핑이라고 해서 별다를건 없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조용하고 한적한곳(오지)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면 그게 바로 오지 캠핑이죠.
      사실 저도 오지(오토)캠핑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비록 저도 초보긴 하지만 이번 캠핑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노하우(?)를 알려드릴게요.

      1. 가고자 하는 곳의 범위를 설정한다.
          제가 1번으로 설정한 이유가 다 있습니다. 제일 먼저 어디쯤으로 갈 지를 정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위성사진을 뒤졌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 오지는 참 많습니다.
          전국의 수 많은 오지들을 다 위성으로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먼저 대략적인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위성사진으로 지형을 살핀다.

          네이버지도나 다음지도, 구글어스 등을 통해서 국내 위성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성사진만 거의 2주동안 쳐다보면서 느낀 것은 네이버지도는 지명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좋고, 다음지도는 위성사진 해상도가 네이버보다 더 깨끗해서 좋다라는 점이었습니다. 구글은 네이버나 다음만큼 해상도가 좋지도 않고, 지명표시도 잘 되어 있지 않아 불편합니다.

          아무튼, 위성으로 가야 할 곳을 찾습니다. 주로 강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서 인가가 없는 곳, 그러면서도 도로가 나 있는곳(산길)을 찾습니다. 사실 저희가 갔던 화악산 자락은 계곡이 넓고 깊지 않아서 물놀이하기에는 그닥 좋지는 않은 곳이었습니다. 위성사진에서 보면 물이 보이니까요, 물이 많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등고선을 잘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등고선을 이용하면 가파른 경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임도가 지나고 있는 지점이 등고선과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 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3. 로드뷰로 접근도로를 확인한다.

          위성사진에서는 정말 좋은 곳을 많이 찾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로드뷰를 이용해서 접근도로를 정찰(?)하다보면 입산통제구역이라든지, 사유지로 인해 철조망이 쳐져있는 등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괜히 먼 곳까지 가서 임도(산길)에 접근조차 하지 못해 차를 돌려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로드뷰로 마무리 확인사살을 꼭 해 주어야 합니다. 
          어차피 로드뷰로 오지캠핑 답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로드뷰는 산길까지 찍어주지는 않으니까요. 위성을 기본으로 이용하되, 마무리용으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허접하지만 나름 2주간 눈빠지게 위성사진을 뒤지면서 적은 노하우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고요, 또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문의주세요. ^^
      그럼 즐거운 캠핑 되시기 바랍니다!!

      • Reply 별밤 2016/08/16 at 4:51 PM

        상세한 설명 너무도 감사합니다.
        조언을 토대로 실행에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Reply mixsh 2012/08/30 at 5:24 PM

    *안녕하세요 믹시(MIXSH) 담당자입니다.

    가족, 동호회, 연인, 친구들가 함께 했던 즐거운 캠핑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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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URL 응모이니 꼭 참여하셔서 많은 분들께 좋은 여행담 함께 공유해주세요^^

    http://mixsh.com/reviewer/travel_list.html

    • Reply 차도리 2012/08/31 at 10:33 PM

      안녕하세요.
      이미 응모 했습니다. ^^
      좋은 결과 기다릴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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