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차적응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그저 생각일뿐,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서둘러서 아침을 해 먹고 집을 나섰다.
오늘 제일 먼저 가 볼 곳은 바르셀로나 현대미술박물관(Museu d’Art Contemporani de Barcelona).
집에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 이곳,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미술관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시가지의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어제는 비가 와서 이런 광경을 못봤던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주민들의 빨래가 널려있는 모습이 인상깊다.
건물과 건물 사이가 정말 좁은 바르셀로나 구시가지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광경이다.
현대미술박물관 옆에 있는 건물의 모습.
아마도 현대미술박물관 자리에도 옛날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을 것이다.
건물들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짓다 보니 현대미술박물관 옆에 있는 건물들은 무언가 잘려나간 듯한 인상을 주었다.
가운데 흰색과 파란색의 바탕의 건물에서 빨간색 이불을 널어 놓은 집이 제일 눈에 띈다.
‘색(Color)’이 주는 힘을 다시한번 느낀다.
드디어 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MUSEU D ART CONTEMPORANI DE BARCELONA.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르지만, 영어랑 느낌이 비슷하다.
MUSEU는 박물관이고, ART는 예술, CONTEMORANI는 현대.. 그런데 이렇게 번역하면 현대예술박물관인가?
이곳의 입장료는 6유로지만, 피카소박물관에서 구입한 22유로짜리 아트티켓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입장시간은 아래와 같다.
여름(6월 24일 ~ 9월 24일)
평일 : 오전 11시~오후 8시, 토요일 : 오전10시~오후8시, 공휴일 : 오전10시~오후3시까지 운영하고,
겨울(9월 25일 ~ 6월 23일)
평일 : 오전 11시~오후7시30분, 토요일 : 오전10시~오후8시, 공휴일 : 오전10시~오후3시까지 운영한다.
문 닫는 날은 매주 화요일인데 화요일이 공휴일이면 개관한다.
모든 공휴일에 개관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새해첫날에는 쉰다.
현대미술박물관의 외부 모습이다.
리차드 마이어가 지었다는 이 현대미술박물관은 지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지어졌다.
리차드 마이어의 건축양식 그대로 이 건물 또한 흰색 그 자체다.
박물관의 1층 모습이다.
건물 내부도 전체적으로 화이트가 기본색상이다. 오른쪽에 커다란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올 때 하얀색이 더욱 빛난다.
1층부터 각 층별로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짐을 모두 1층에 있는 사물함에 보관한 후에 전시실에 들어가야 한다.
피카소박물관에서부터 벌써 짐을 못 들고 들어가게 하는 게 두번째다.
작품을 보호하려는 스페인 박물관들의 일종의 전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
그 어떠한 손잡이도 없다. 깔끔한 디자인이 한편으로는 신기하면서도 계속 쳐다보게 만든다.
Marcel Broothaers(1924-1976, 벨기에)의 작품이다.
M.B. 작가의 이름 이니셜인 것 같은데, 이걸 보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났다.
모든 작품을 둘러본 후 이제 박물관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3층에서 바라본 박물관의 모습.
물론 내부의 전시들도 멋지지만, 박물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예술작품으로 여겨진다.
흑백사진이 아닌데도 사진속에는 B/W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SOME OBJECTS OF DESIRE +
SOME OBJECTS OF NECESSITY +
SOME OBJECTS OF NO CONCERN -
THOSE THINGS THAT ESCAPE NOTICE ÷
A FORCE MAJEURE =
SOME THINGS
어떤 의미일까?
바르셀로나 현대미술박물관.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물로 가득찬 곳은 아니다. 현대미술은 어떻게 보면 더 어렵다.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겠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생각, 느낌에 따라 각각의 관객들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간다.
바르셀로나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다면 꼭 가 봐야 할 곳이라고 추천해 주지는 못하지만,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거나 바르셀로나에서 보낼 시간이 많다면 한번쯤 가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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